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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가방의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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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가방의 영혼

윤 언 자2017.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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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가방이 한쪽 팔과 어깨에 매달려 간다. 빨간 가방이 같이 가야된다고 추파를 보낸다. 그 팔과 어깨가 억누르는 고통에서 헤어난다. 기다림을 즐거워해야할 버스정류장이다. 여유를 가지면 누가 뭐라고 하나. 조금 전에 전화 받은 것을 빨리 처리하려니 마음이 급해진다. 스마트폰에 두 손가락이 왔다갔다 전화번호를 찾는다.

얼른 버스에 올라가 앉는다. 더 많은 정보를 찾고 있다. 잠시 정신을 차려옆을 보니 빨간 가방이 없다. 아 ! 거기 두고 왔네! 마침 버스가 신호대기중이라서 내렸다. 택시를 타고 다시 그 의자에 가보았다. 허탈한 마음이 그득할 뿐이다. 그럼 그렇지! 무엇이 그리 급한지 쯔쯔! 전번에도 머플러, 모자도 잊어버리곤 하는 덜렁이다. 아린 마음이 스멀거린다. 어쩌랴 달래야 마음이 덜 아프니까. 체념을 빨리 하려고 애쓴다.

수첩에는 매달 스케줄과 영양가 있는 좋은 글, 상담에 대한 주옥같은 글 등이 빼곡하게 적혀있다. 독서치료 활동하러 갈 도서관 동화책도 주인을 멀리한 것이다. 오후에 면접상담을 할 사람의 자료도 떠나갔다. 빌린 책은 돈을 물어주어야 된다. 마음이 쓰리다. 내가 누군가에게 보시했구나. 그동안 적선을 안 한 탓으로 치부한다. 꼭 필요한 사람이 가졌으면 아주 좋은 일이다.

상담할 때는 자료가 꼭 있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독서치료 하러 가서는 그 시설에 있는 책 하나 잘 선정해서 독후활동을 했다. 저녁 내내 기다리는 마음이었으나 따르릉 소리가 나질 않는다. 잊어버렸다 치고 새로운 수첩을 하나 찾아서 기억을 살려 일정을 적는다 급한 성격 어디가나!

다음날 어둔한 아줌마로부터 가방전화가 온 것이다. “어머나! 정말 고맙습니다. 어제 잃어버렸어요.” 구세주가 나탄 난 양 기쁨이 솟구친다. 그녀는 전동차에 앉아서 다닌다. 가정법원 앞에서 가방을 전해줄 수 있는 배려의 심성이 잃어버린 속마음을 보듬어준다. 전동차를 탄 장애인의 그 따스한 마음을 어떻게 보답할까. 50대 후반인데 6세 때 다리에 화상을 입어서 부모님과 함께 산다. 단감 한 봉지 산 것을 전해주니까 극구 사양하려고 한다. 가방은 전동차 손잡이에서 매달려 땅에 닿기도 하여 한쪽 귀퉁이가 거무티티하다.

주인의 성급함 때문에 하마터면 주인을 멀리하고 떠났을지도 모른다. 주인과 말 한마디 못하고 떠나는 속이 어떠했을까. 수첩과 자료들은 아마도 쓰레기통으로 버려지지 않은 것이 매우 다행스럽다고 한다. 수첩에 쓴 내용을 열심히 읽게 한 덕분에 이 사람은 누군가를 상담해주는 사람으로 여긴 것이 아닐까. 어느새 전동차는 신호등을 건너려고 한다. 한참동안이나 그녀의 온기는 가시지 않는다.

빨간 가방은 이러나저러나 노심초사 주인의 손길이 들어올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기도 했어. 주인이 수첩을 뒤적였어. 그 안에는 작은 글씨가 잔득 쓰여져 있기도 하고. 매달의 일정에는 노란색 주홍색의 색연필로 밑줄도 그어 놓고. 꽤나 이런저런 활동을 하는 사람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을 수도. 동그라미도 크게 쳐 놓기도 하고. 뒤적이다 보니 앞장에는 이것의 주인 전화번호 같기도 한 것이 기다리고 있었다.

동화책을 매우 걱정했다. 혹여 아주 집을 떠나 쓰레기통이라는 곳으로 가 버릴까봐서. 그것은 생각도 해 보지 않았던 다른 집에 가서 잠을 자다니. 잠자리는 내가 살던 집과 같았을까. 잠을 자면서 집에 가고 싶다고 잠꼬대는 하지 않았나. 그럴 때마다 동화책이 ‘가만히 잘 자고 내일 아침 일어나자’ 라고 다독이기도 했겠지. 아마도 가방을 주은 그녀도 가방 주인을 생각하면서 내일 아침을 기다리는 마음이지 않았을까.

빨간 가방이 주인에게 돌아 와서는 밖으로 외출하는 것을 두려워서 꼼짝을 안 한다. 얼마동안 그 아픔을 잊고 나서야 외출을 가볼까 아직도 생각 중이다. 나뭇잎이 바람 쏘이러 나오라고 속삭이고 있는 것 같다.

윤언자 , 2017-09-27 , 조회 42 , 추천 0 , 반대 0 , 파일수 0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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